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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진의 야구野설] 이정후와 교각살우
[박용진의 야구野설] 이정후와 교각살우
  • 권성하 기자
  • 승인 2023.04.21 15: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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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각살우(矯角殺牛)'라는 말이 있다. 말 그대로 '쇠뿔을 바로 잡으려다 소를 잡는다'인데 결점(缺點)이나 흠을 고치려다 수단(手段)이 지나쳐 도리어 일을 그르치거나 망치는 것을 빗대어 하는 말이다.

키움히어로즈 이정후의 타격 자세 변화에 대한 이야기다.

최근 이정후의 타율이 저조하다 보니 이전 자세로 돌아왔다. 여기서 우리가 깊게 살펴봐야 할 점이 있다. 만고불변의 타격이론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어떤 이론을 막론하고 특정 선수에게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다. 이걸 알면 함부로 자세 교정을 하는 것에 조심할 수 있다.

타격할 때 균형이나 동작에 관하여서는 원칙이 있지만, 타자마다 독특한 개성을 가지고 있는 그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선수 개인에게 가장 알맞은 요소들을 찾아내 조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자기 고유의 개성 있는 타격 자세를 만드는 과정으로 십만 번의 스윙을 통해 그리고 많은 경기에 적응력을 길러 드디어 자기에게 맞는 옷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기본원리를 무시하고 성급하게 MLB에서 빠른 볼에 대처하기 위함이라는 어설픈 이론을 받아들여 한 달에서 몇 달 만에 새로운 타격자세를 형성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잘못된 것으로 대단히 위험한 것이다.

연습 때 잘 된다고 경기에서도 효과가 그대로 나타나지 않는다.

연습 때 70%가 달성된다면 경기 때는 30%에 못 미친다.

이정후의 사례는 어떤 레슨장 코치의 조언인지 모르지만 한심한 조언이 아닐 수 없다.

이정후는 6년간 3할4푼2리라는 고타율의 소유자다. 여기서 어떻게 더 높은 타율을 바라고 타격자세에 손을 댄다는 말인가? 6년간 798경기를 치르며 고착된 개성 있는 타법이다. 

이정후 타율이 저조하다 보니 이전 자세로 돌아왔다.

교각살우의 길을 걷다가 되돌아오기를 잘했다. 더 지체하다간 큰일 날 뻔했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박용진 전 한화이글스 2군 감독
박용진 전 한화이글스 2군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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