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하기 전에 우리한테 99% 정확하다고 그렇게 이야기했잖아요. 그런데…."
NC 다이노스 외야수 박건우가 최근 불거진 ABS(자동볼판정시스템) 논란에 마음에 담아뒀던 이야기를 꺼냈다. 박건우는 통산 타율 0.326(4068타수 1328안타)로 현역선수 가운데 역대 1위에 올라 있는 타자다.
그런데 박건우는 뭔가 오해한 거 같다.
ABS의 99%는 정확도가 아닌 투구 추적률이다. 필자가 그동안의 언론기사를 자세히 훑어보니 추적률을 말한 것이다.
다만 여기서 우리가 살펴봐야 하는 것은 과거 사람이 볼 때와 ABS가 볼 때에 대한 판단이다.
필자도 심판의 스트라이크와 볼 판정 때문에 감독 옷을 벗을 때까지 싸워온 사람이다. 많은 싸움으로 퇴장도 여러 차례 당한 경험도 있다.
1997년부터 2000년까지 4년의 감독관 활동을 겪으며 심판들의 속성을 누구보다도 자세히 알 수 있는 기간도 경험했다.
ABS는 한국 프로야구 42년 역사 속에서 사람이 보던 시대의 판정에 대한 불신이 낳은 결과다. 불신의 벽이 너무 높아 도저히 안 되겠다는 여론의 압박으로 KBO가 ABS를 세계 최초로 도입한 게 아니었나?
미국 메이저리그(MLB)가 아직 도입을 머뭇거리는 이유는 심판에 대한 불신의 벽이 KBO만큼 높지는 않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필자도 룰과 스트라이크 존 문제로 항의를 누구보다도 많이 한 사람이다. 예전의 심판들은 논리적인 설명이 없이, 무조건 내가 판단하는 것이니 들어가세요 라는 식의 고압적인 말 뿐이었다. 당연히 열을 받고, 거친 말이 오가곤 했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전가의 보도인 퇴장 카드가 어김없이 나왔다.
결국 ABS를 도입한 가장 큰 이유는 심판에 대한 불신이었다.
구단과 금전 거래, 유착관계 등 불신이 팽배해 부득불 ABS를 도입한 배경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팬들이 로봇 심판을 도입하자고 아우성을 치면서 퓨처스에서 몇 년 동안 시험을 거쳐 도입하게 된 것이다.
심판들이 더는 감당하기 어려운 막다른 지경까지 온 것이다. 급기야 일부 심판들은 극심한 스트레스로 심판 직을 내려놓을 단계까지 이르렀다.
자동차만 해도 신차를 출시하고, 결함이 발생하면 개선품이 나온다. 버전도 계속 업그레이드된다.
ABS도 계속 문제점이 발생하고, 업그레이드하게 될 것이다.
세계 최초 도입이다. 분명히 계속 업그레이드가 될 것으로 판단된다. 완벽한 것은 지구상 어디에도 없다.
고쳐 나가면 발전하는 것이다. ABS는 일률적으로 적용된다. '적응'이 문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