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스포츠 선수들은 대부분 정부 주도의 엘리트체육을 통해 양성된다. 누구나 좋아하지만 따라하기 힘든 고난도 기술은 아마추어나 생활체육에서는 탄생하기 어렵다. 엘리트체육은 확실한 성과를 내는 시스템이면서도 인기 종목에 비해 관심이 덜해 지원이 적은 비주류 스포츠까지 육성하는 보이지 않는 장점이 있다. 비인기 종목에서도 운동에 전념할 수 있는 선수를 키워내는 효율적인 시스템이다. 문제는 타이밍이다. 아무리 천부적인 재능을 가졌어도 어린 시절부터 집중적인 훈련과 경험을 통해 성장치를 최대로 끌어올리지 않으면 성공하기 힘들다. 올해 제53회 전국소년체육대회에서 금메달 20개, 은메달 18개, 동메달 23개 모두 61개의 메달을 획득하며 목표 달성에 성공한 대전시교육청이 어린 학생선수 발굴과 육성에 매진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대전교육청은 학생 훈련 전용시설 확충, 최신 훈련장비 도입 등 체육인프라 구축과 함께 재능 있는 학생 선수를 발굴해 상위학교로 연계 육성하고, 우수선수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교육사랑신문은 대한민국 '체육입국(體育立國)'의 신화를 이어갈 대전지역 엘리트선수들과 명문 학교팀을 찾아봤다. [편집자 주]
공부하는 운동선수. 한국이 개발도상국 시절에는 꿈도 꾸지 못했던 모습이다. 나라가 가난했던 시절에는 공부냐 운동이냐가 먹고 사는 선택지였다.
체육입국(體育立國)의 구호 속에 수많은 스포츠 스타들이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였다. 경제개발이 한창이던 1990년대 말까지도 국위선양의 일등공신은 ‘엘리트체육’이었다.
하지만 빛나는 국제무대에서의 성과는 그림자도 깊었다. 늘 1등만, 승자(勝者)만 돋보이는 스포츠 세계의 딜레마다.
소수의 성공한 선수 또는 인기 스포츠 종목 만 빛나는 결과를 가져가고, 등수에 들지 못하거나 비인기 종목에 속한 선수들은 생존 자체가 힘든 상황은 변하지 않았다.
이르면 10대 초반부터 오로지 운동만 했던 선수들에게 세계대회나 종목별 경쟁에서 밀려나는 것은 ‘사회 부적응’과 같은 말이 됐다.
한국 체육계가 직면한 바로 이 문제에 대한 해법으로 나온 것이 ‘공부하는 운동선수’다. 최근에는 ‘꿈 키움 아카데미’라는 이름으로 더욱 정교하게 다듬어져 학생 엘리트선수들의 학습권을 보장하는 정책으로 확대 추진 중이다.

‘꿈 키움 아카데미’ 제도는 대전교육청이 전국 최고의 수범사례로 꼽힌다. 전국 최초로 ‘공부하는 운동선수 방과후 학교’를 운영한 것이 대전교육청이다. 학생선수들이 공부와 운동을 병행하면서 지·덕·체(智德體)를 겸비한 전인적 성장을 실현했다.
대전에서도 ‘꿈 키움 아카데미’를 잘 운영하는 학교 운동부는 대전도마중학교 사격부다. 학생 선수와 학부모, 감독·코치, 학교가 모두 만족하는 제도로 자리잡았다.
“대전 도마중학교에서 사격부 지도교사를 맡고 있는 김하민이라고 합니다. 꿈 키움 아카데미는 학생들이 운동뿐만 아니라 공부를 병행해서 학생들의 기초학력을 증진시키고 학습권을 보장하는 데에 그 목적이 있습니다. 더 나아가 학생들이 다양한 특기적성 프로그램을 경험함으로써 사교육뿐만 아니라 다양한 진로를 개척할 수 있도록 소개해 주는 프로그램입니다.(김하민 지도교사)”
꿈 키움 아카데미를 운영하는 학교와 아닌 학교에서 학생 선수들의 기초학력은 확연하게 차이가 벌어진다. 심하면 최저학력을 맞추지 못하는 경우도 생긴다.
도마중학교 사격부는 14명의 선수 중에서 기초학력이 부진해 최저학력제에 걸리는 선수가 단 한 명도 없다. 오히려 반평균을 높일 정도로 운동과 공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는 평가다.

이런 성과에는 학교와 감독·코치들의 보이지 않는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도마중학교 감독·코치진은 수업과 운동을 모두 해내야 하는 학생 선수들의 어려움을 감안해 탄력적으로 방과후 학교를 운영하고, 대회 출전 등으로 인한 수업 결손까지 보충할 수 있도록 꿈 키움 아카데미를 적극 활용한 결과다.
“현재 저희 학교에서 학생 선수 꿈 키움 아카데미로 운영되고 있는 과목은 국어, 영어, 수학 등과 같은 주요 교과목과 아이들이 활동할 수 있는 스포츠 교과목, 그리고 한국사 자격증을 습득하기 위한 한국사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서 한국사 수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저희 학교는 현재 주 4일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학생 선수 꿈키움 아카데미를 진행하고 있고요, 주로 저녁 6시 반부터 8시 반까지 하루에 2시간 정도 아이들이 공부를 하고 귀가를 합니다. 저희 본교 학생 선수 꿈키움 아카데미는 현재 저희 본교 교사 네 분과 외부 강사 두 분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여섯 분 모두 아이들을 위해 사명감을 갖고 지도해 주고 계시고요, 아이들도 역시 열정적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학생 선수 꿈 키움 아카데미는 아이들 학습권 보장과 수업 결손 방지가 핵심이고, 여기에 적극 공감해서 여러 선생님들이 사명감을 갖고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김하민 지도교사)”
도마중학교 사격부가 꿈 키움 아카데미 운영 수범학교로 손꼽히고, 감독·코치진이 학생 선수들의 ‘학습권 보장’에 각별한 이유는 운동만 했던 학생 선수들이 프로나 실업팀의 전문선수가 되지 못했을 때 겪는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제가 학교 다닐 때는 선생님들께서 오로지 운동만 집중하라고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런데 이제 시간이 흘러서 생각해 보니 그게 좀 잘못된 교육이었다고 생각을 해요. 꿈키움 아카데미를 통해서 아이들에게 오로지 운동에만 집중하라는 얘기를 하지 않고, 공부와 같이 병행하면서 집중하라는 얘기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김은산 코치)”

사격은 치열한 심리 게임이다. 10점 과녁을 뚫는 쾌감과 자기 만의 공간에서 자기 자신과의 싸움을 하는 고독한 스포츠이기도 하다.
실제도 사대 공간에 서면 아무도 선수에게 조언을 해 줄 수 없다. 그만큼 충분한 연습과 흔들리지 않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사격은 심리 종목입니다. 고도의 집중력과 냉정함을 요구하는 종목입니다. 감정을 철저히 통제하여 평정심을 잃지 않아야 합니다. 공기권총 10미터 남자 중등부의 경우 60발을 쏩니다. 준비 시간 10분, 시사 15분, 본사 1시간 15분 등 총 1시간 40분 동안 경기합니다. 제가 학생들을 지도할 때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은 감정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마음을 읽고 배려하고 이해하고 함께 맞춰가는 겁니다. 학생 선수가 사격을 할 때 정서적으로 많이 불안합니다. 그 마음을 공감하고 때때로는 침묵으로 대변하기도 합니다.(김은산 코치)”
학교와 선생님들의 관심과 애정 속에서 대전도마중 사격부는 각종 대회에서 빼어난 성적을 거두고 있다.
남녀 혼성팀을 운영하면서 공기권총 10미터 공기권총 부문에서 개인전과 단체전 모두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1994년 창단 이후 조금씩 성장을 거듭한 끝에 지난 2015년 제24회 경찰청장기 전국사격대회에서 남자 중등부 개인전 1위(신옥철), 2위(최은수)를 휩쓸었고, 남자부와 여자부 모두 단체전 준우승을 차지해 강호의 반열에 이름을 올렸다.
또 2020년 제42회 충무기 전국 중고등학생사격대회 단체전 1위, 2021년 제22회 미추홀기 전국사격대회 단체전 2위, 제4회 대구광역시장배 단체전 3위, 제37회 회장기 전국사격대회 겸 제50회 전국소년체전에서 단체전 3위, 2022년과 2023년 회장기 전국중고등학교 사격대회 단체전 3위, 2023년 대통령경호처장기 개인전 2위(유솔체) 등 꾸준한 성적을 이어오고 있다.

사격 명문중학교의 계보를 잇는 학생 선수들의 성장도 주목할 만하다.
자매 선수인 김나은(3학년), 김나림(1학년)과 2학년 김라연, 김정원 학생이 두각을 보이고 있다. 운동 실력과 공부, 인성 면에서도 뛰어나다며 감독·코치진의 칭찬이 쏟아진다. 특히 김정원 학생은 반에서 1등을 하면서도 사격 실력이 쑥쑥 성장하고 있어 꿈키움 아카데미의 표본이라는 설명이다.
학생 선수들의 성장과 더불어 대전도마중학교 사격부는 한 단계 도약을 위한 하드웨어 개선에도 한창이다.
대전교육청의 지원을 통해 사격 시설 증축공사를 실시했다. 학교 내에 설치한 사로(射路)의 안전을 높여 학생선수들이 좀 더 표적에 집중할 수 있도록 했다.
꿈은 이루어 진다. 대전교육청의 꿈 키움 아카데미는 도마중 사격부에서 머지않아 국가대표를 배출하고, 한국신기록을 작성하고, 올림픽 금메달을 딸 수 있다는 믿음을 뿌리내리고 있다.
도마중 학생 선수들의 파이팅 넘치는 각오야 말로 꿈 키움 아카데미와 더불어 한국 사격의 미래를 밝히는 신호탄이 되고 있다.

“도마중학교 2학년 김정원이라고 합니다. 6학년 때 중학교를 어디 갈지 고민을 많이 했는데 도마중에 사격부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사격부에 들어오려고 도마중에 왔어요. 사격부에서 하는 꿈 키움 아카데미를 하면서 반에서 1등도 해보고, 평균 80점은 그냥 다 넘고 그랬던 것 같아요. 늦은 시간까지 선생님들께서 저희에게 공부를 가르쳐주시고, 피곤한데도 열심히 가르쳐주시니까 좀 많이 선생님들한테 고맙고 좀 유익한 것 같아요. (사격 점수는) 평균적으로 520에서 530점 정도 나옵니다. 목표가 하나 있었는데 개인전에서 꼭 메달을 따서 부모님들께 보여드리고, 효도 한번 해보고 싶습니다.”
“도마중 사격부 2학년 김라연입니다. 작년에 친오빠가 사격을 추천해 줘서 시작하게 됐습니다. 좋은 성과가 계속 나오고 있기 때문에 끝까지 (선수생활을) 할 생각이에요. 각종 대회에서 꼭 결승전에 오르고 더 잘 하고 싶어요.”
“대전 도마중학교 3학년 김나은입니다. 사격은 미추홀기나 회장기 같은 대회에서 8명 뽑는 결선에 들어갔고, 중학교 공부 성적은 80점대 이상을 항상 유지하고 있습니다. 제가 집에서는 공부를 많이 안 하는데 꿈키움 아카데미를 하면서 공부할 시간을 확실히 확보하고, 그만큼 공부를 많이 할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아요. (사격 점수는) 600점 만점에 550점대 이상은 항상 쏘고 있습니다. 총을 쏠 때 10점을 맞출 때 느껴지는 감이 재미있어요. 제가 올해는 청소년대표에 떨어졌는데 내년에 고등학교 1학년에 올라가서는 꼭 청소년대표에 선발되고 싶습니다.”
“도마중학교 1학년 김나림이라고 합니다. 언니(김나은 선수)가 사격하는 게 재밌어 보여서 올해부터 하게 되었어요. 원래 공부할 때 잘 이해가 안 됐던 게 꿈 키움 아카데미를 시작하면서 이해가 잘 되기 시작해서 좋은 것 같아요. (사격이 좋은 이유는) 총알이 점점 모여서 좋은 것 같아요. 3년 안에 600점 만점 중에 530점 이상 쏘기가 목표입니다.”

▷"이 기사는 대전광역시교육청의 지원을 받아 작성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