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치스크린 시대가 막을 내리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최근 이같이 보도해 기술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2007년 아이폰 출시 이후 16년간 지속된 터치스크린 열풍이 '리버튼화(Re-buttonization)'라는 새로운 트렌드로 전환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 애플도 버튼으로 회귀

터치스크린 시대를 연 애플이 아이러니컬하게도 이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애플은 최근 공개한 아이폰16 시리즈에 '액션 버튼'이라는 새로운 물리적 버튼을 추가했다. 2021년에는 맥북 프로의 터치바를 없애고 전통적인 펑션키를 복원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의 이러한 결정은 사용자 경험(UX)을 최우선으로 하는 기업 철학의 반영"이라며 "단순한 회귀가 아닌 물리적 인터페이스의 재해석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 자동차 업계도 동참

변화의 바람은 자동차 업계에서 더욱 뚜렷하게 감지된다. 테슬라가 주도한 미니멀리즘 디자인과 터치스크린 중심의 인테리어는 이제 '구시대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폭스바겐, BMW 미니 등 주요 제조사들은 앞다퉈 물리적 컨트롤을 재도입하고 있다. 특히 유럽 자동차 안전 당국은 최고 안전등급 획득을 위해서는 물리적 스위치와 버튼 장착이 필수라고 규정했다.
■ "터치스크린은 잘못된 이름"
인디애나대 레이첼 플로트닉 교수는 "터치스크린이라는 용어 자체가 잘못됐다"고 지적한다. 그는 "실제로는 '시각 기반 인터페이스'라고 불러야 더 정확하다"며 "화면을 터치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시각적 주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쿠퍼의 샘 캘리시 CEO는 "터치스크린이 가장 저렴한 옵션이 되면서 부적절한 곳까지 도입됐다"고 비판했다. 예컨대 조리 중 넘친 물에 의해 작동이 멈추는 인덕션레인지의 터치패널 같은 경우다.
■ 인간 중심 기술로의 회귀
전문가들은 이번 트렌드가 단순한 회귀가 아닌 기술의 진화라고 평가한다. 인간의 '고유수용감각'을 고려한 물리적 인터페이스는 특히 안전이 중요한 상황에서 큰 장점을 갖는다는 것이다.
이는 기술이 다시 인간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신호이며, 화려하지만 불편한 인터페이스보다 단순하고 직관적인 컨트롤이 더 나은 사용자 경험을 제공한다는 교훈을 주는 현상이다.
[용어설명]
▲ 리버튼화(Re-buttonization): 터치스크린 중심의 인터페이스에서 물리적 버튼으로 회귀하는 현상
▲ 고유수용감각(proprioception): 신체 부위의 위치를 정확히 인식하는 감각

가르치는 사람들 언론팀 송세훈 기자(작가. '메타프롬프트-창의적 AI프롬프팅' 저자/ teachertshare202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