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노인복지관&외국인주민통합센터, 언어·국적 초월한 특별한 친구 여행
대전에 사는 70·80대 어르신들과 외국인 청년 유학생들의 특별한 만남이 12월 한파 속에서 국경을 초월한 따뜻한 세대 공감의 꽃을 피웠다.
'사랑행-특별한 친구편'이라는 타이틀로 진행된 행사는 충남 부여박물관과 계룡산 도예촌에서 유구한 한국의 백제 역사와 문화, 철화분청사기로 유명한 계룡산 도자기 체험을 통해 세대와 나라를 뛰어넘는 글로벌 세대공감 여행의 장이 됐다.
사랑행은 '사회서비스원이랑 함께 떠나는 특별한 여행'의 줄임말이다.
대전광역시사회서비스원이 대전시노인복지관과 대전시외국인주민 통합지원센터와 함께 전국 최초로 대전지역 어르신들과 유학생활을 하는 외국인 청년들이 하루 동안 짝꿍이 돼서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체험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어르신들과 외국인 유학생의 특별한 만남을 통해 한국의 정(情)을 전하고, '글로벌'과 '세대 공감'이라는 키워드를 모두 잡아보자는 것이 사랑행의 취지다.

실제로 피부색도 다르고, 언어도 다르고, 나이 차이도 많이 났지만 버스를 타고 이동하면서 손짓 몸짓으로 소통하고, 서툰 한국말로 서로를 이해하는 사이 어르신들은 청년들과 세대를 초월한 친분을 맺고, 외국인 유학생들은 이색적인 추억을 만들었다.
짝이 된 어르신들과 외국인 유학생들은 처음에는 낯설고 어색한 분위기가 역력했지만 이내 팔짱을 껴고 서로의 사진을 찍어주며 소소한 선물을 나누는 특별한 친구가 됐다.


손주뻘인 외국인 청년들에게 어떻게 말을 건넬지 모르던 어르신들은 사랑행 여행을 떠나기 전에 만든 온라인 단체 채팅방에서 수줍은 속내를 아낌없이 쏟아내며 우정의 물꼬를 텄다.
"아미라, 공부 열심히 해서 훗날 훌륭한 경영인이 되기를 기대할게요", "타국에서 온 모든 유학생들 늘 건강하고, 슬기롭고, 지혜롭게 무사히 잘 마치고, 이 사회에 꼭 필요한 훌륭한 인재들이 되길 바랍니다" 등 사랑을 담은 문자를 전했다.

특별한 친구들은 국립부여박물관에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빛나는 고대 백제 문화가 가장 화려하게 꽃을 피웠던 사비백제의 왕도(王都)로서 발자취와 참모습을 느꼈다.
특히 부여박물관 로비 한 가운데서 펼쳐진 '디지털 실감 영상 신기술 융합 콘텐츠'는 야외 채광이 쏟아지던 로비 천정이 닫히면서 산수와 연꽃, 구름, 용, 봉황, 도깨비 등 1400년 전 백제인들이 꿈꿨던 이상향의 세계를 환상적인 레이저쇼로 선보이는 10분 분량의 프로그램으로 탄성을 자아냈다.
어르신들과 외국인유학생들은 밤하늘의 별처럼 하늘을 가득 수놓은 형형색색 연꽃들의 향연과 산이 솟아나고 물이 굽이쳐 흐르는 한폭의 산수화를 본 듯했다고 입을 모았다.


국립부여박물관 체험을 마친 특별한 친구들은 점심식사로 연잎밥을 먹으며 행복을 충전했다. 연잎밥은 찹쌀과 팥, 연근, 대추, 잣 등 다양한 곡물을 연잎에 싸서 나오는 영양식이다. 불교에서 특별한 의미가 있는 음식이면서 부여지역을 대표하는 음식이다. <동의보감>에 "연잎이 독성을 없애고 나쁜 피를 제거한다. 몸을 가볍게 하며 얼굴은 늙지 않게 한다"고 씌여 있을 정도로 웰빙음식으로 통한다.
점심을 마친 특별한 친구들은 오후 일정으로 공주 계룡산 도예촌으로 사랑행을 떠났다.
공주 계룡산은 조선의 최고 예언서인 <정감록>에서 지목한 천하명당이다. 계룡산은 또 다른 자랑이 있는데 풍부한 산화철을 기반으로 태어난 ‘철화분청사기’다. 철화분청사기는 고려 청자에서 조선 백자로 넘어가는 한국 도자기 역사의 허리역할을 하는 중요한 예술품이다. 15세기부터 16세기 초 계룡산 학봉리에서 주로 만들어졌다는 것이 정설이다.
철화분청사기는 서민적인 것이 독보적인 매력이다. 연꽃, 물고기 등 해학적인 무늬는 투박하지만 친근한 매력을 선보인다. 철화분청사기의 복원과 계승을 위해 예술가 18명이 모여 1993년 공주시 반포면 상신리에 설립한 문화예술마을이 계룡산 도예촌이다.


특별한 친구들은 직접 도자기를 만드는 체험을 했다. 한 덩어리씩 제공된 반죽흙을 주무르고, 모양을 다듬으면서 저마다의 솜씨를 뽐냈다.
어르신들과 외국인 유학생들은 도자기 체험에 대해 재미있고, 소중한 경험이 됐다고 입을 모았다.
황인홍 어르신은 "(도자기를 직접 만들어 보는 건) 처음이라 신기하기도 하고, 어렵기도 했다"고 말했고, 윤미화 어르신은 "흙을 만지니까 너무 부드럽고, 마음이 편하고 재밌었다"고 말했다.
베트남에서 온 유학생 민투와 프엉남 학생은 "도자기를 만들면서 마음이 편해지는 것 같고, 손으로 흙을 만질 때 행복했다. 너무 재밌었다. 특히 오늘 짝꿍 할머니랑 함께 해서 너무 좋았다"고 말했고, 알제리에서 온 아미라 학생은 "도자기를 어떻게 만드는지 처음 배웠다. 짝꿍 할아버지와 함께 해서 훨씬 좋았다"며 함박웃음을 지어 보였다.

체험에 참여한 특별한 친구들은 90분 남짓한 시간 동안 공들여 저마다의 작품을 완성했다. 이날 만든 도자기는 한달 남짓 소성기간을 거쳐 대전노인복지관과 대전외국인주민통합지원센터에 전달될 예정이다.
사랑행 특별한 친구는 대전으로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도 웃음꽃를 활짝 피웠다. OX퀴즈와 가위바위보 게임 등으로 부여박물관과 계룡산도자기 체험에 대한 기억을 반추하고, 하루 동안의 특별한 여행에서 느낀 각자의 소감으로 마무리했다.
특별한 친구들은 이구동성 '행복했다'는 말을 했고, "하루가 한 시간 같았다. 특별한 짝꿍을 만나게 되어 너무 좋았다. 행복하고 너무 좋았다"며 엄지를 추켜 세웠다.
인도네시아에서 온 파리다 학생은 "오늘 기분이 너무 좋았다. 한국 이모(짝꿍)를 만났다. 한국어 실력을 향상시키고 발전시키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 너무 즐거웠다"고 말했고, 인도에서 온 아누샤 학생은 "도자기 그릇 만든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짝꿍 할아버지가 잘 돌봐주시고, 너무 친절하셨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김상희 SH역사교육원 대표는 "글로벌 세대 공감이라는 큰 주제 속에서 서로 각각의 나라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또 이름을 물어보고 서로 친해지는 과정을 통해서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는 좋은 장이 마련이 된 것 같다"며 "사실은 낯선 사람들이고, 오늘 이 자리에서 처음 만나는 자리지만 서로 언어가 조금 원활하게 소통이 되지 않는 상황속에서도 눈빛으로 그리고 따뜻한 마음으로 서로를 챙겨주고 배려하는 모습이 특별한 여행의 가장 감동적인 포인트였던 것 같다. 그래서 너무 감사하다는 말씀을 서로가 서로에게 전하고, 마지막에는 눈물을 흘리는 분도 계셔서 오늘 특별한 여행이 감동적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김인식 대전시사회서비스원장은 "사회서비스원이랑 함께 떠나는특별한 여행에 참여한 분들은 대전지역 어르신들과 외국인 유학생인데 최연소가 17세부터 85세 어르신들까지 다양한 세대들이 함께 했다. 터키, 이집트, 러시아, 인도, 필리핀, 중국 등 다양한 나라의 외국인 유학생들이 어르신들과 함께 한국의 역사 문화와 음식 등을 경험하는 특별한 자리를 마련해봤다"며 "(체험장은 물론) 차로 이동하는 순간에도 우리 어르신들께서 굉장히 행복해 하시고, 또 외국인유학생들도 먼 나라에 오셔서 가족의 그리움, 부모의 그리움이 많이 있었을 텐데 함께 정을 나누고 따뜻한 마음을 나누는 아주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면서 내년도에는 이런 사업들을 더 확대해야겠다는 마음을 가져봤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