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스포츠 선수들은 대부분 정부 주도의 엘리트체육을 통해 양성된다. 누구나 좋아하지만 따라하기 힘든 고난도 기술은 아마추어나 생활체육에서는 탄생하기 어렵다. 엘리트체육은 확실한 성과를 내는 시스템이면서도 인기 종목에 비해 관심이 덜해 지원이 적은 비주류 스포츠까지 육성하는 보이지 않는 장점이 있다. 비인기 종목에서도 운동에 전념할 수 있는 선수를 키워내는 효율적인 시스템이다. 문제는 타이밍이다. 아무리 천부적인 재능을 가졌어도 어린 시절부터 집중적인 훈련과 경험을 통해 성장치를 최대로 끌어올리지 않으면 성공하기 힘들다. 올해 제53회 전국소년체육대회에서 금메달 20개, 은메달 18개, 동메달 23개 모두 61개의 메달을 획득하며 목표 달성에 성공한 대전시교육청이 어린 학생선수 발굴과 육성에 매진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대전교육청은 학생 훈련 전용시설 확충, 최신 훈련장비 도입 등 체육인프라 구축과 함께 재능 있는 학생 선수를 발굴해 상위학교로 연계 육성하고, 우수선수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교육사랑신문은 대한민국 '체육입국(體育立國)'의 신화를 이어갈 대전지역 엘리트선수들과 명문 학교팀을 찾아봤다. [편집자 주]
올해 개교 41주년을 맞은 대전명석고등학교는 '교육의 기회는 모두에게 열려있어야 한다'는 설립자 박주석 박사의 뜻에 따라 지난 1983년 대전 동구에 문을 열었다.
지금도 '소통으로 화합하는 명석교육공동체', '배움과 성장을 좇는 명석교육공동체', '미래를 대비하는 명석교육공동체'라는 3대 추진과제를 중심으로 교육 3주체인 '학생-학교-학부모'가 소통과 협력을 바탕으로 특색있는 학교 문화를 만들고 있다.
교육의 기회는 모두에게 열려 있어야 한다는 명석고의 설립 취지는 학생 엘리트 체육 분야에서도 의미있는 성과를 내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로 전국의 고등학교가 엘리트 학생 선수 모집에 애를 먹는 상황에서 명석고등학교는 '유도'와 '럭비' 두 종목을 운영할 정도로 학교체육에 열정적이다.
유도는 아예 교기(校技)로 지정해 운영할 정도로 뿌리 깊은 역사와 전통을 자랑한다. 1988년 3월에 창단한 유도부는 전교생이 체육시간에 배울수 있도록 하면서 여러 가지 긍정적인 효과를 내고 있다.
명석고가 전교생에게 유도를 배우도록 장려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학생들의 체력증진과 자신감향상, 정신력 강화, 자기방어 기술 습득, 규율과 예의범절 학습, 스트레스 해소, 팀워크와 사회성 발달 등 셀수 없을 정도로 장점이 많기 때문이다.

"(유도부 정승현 코치) 유도는 전신운동으로 학생들이 유도를 통해 근력, 유연성, 균형, 감각, 지구력 등을 강화할 수 있는 운동입니다. 규칙적인 유도 훈련은 체지방 감소와 심폐 기능 향상에도 도움이 됩니다. 또 단순한 신체 운동을 넘어 정신적인 수양을 중요시합니다. 집중력, 인내심, 상황, 판단력 등을 키우는 데 유도가 도움이 되며, 이는 학생들이 스트레스 상황에서 침착하게 대응하는 능력을 기르는 데 효과적입니다. 무엇보다 엄격한 규율과 예의 범주를 중요시하는 스포츠입니다. 유도를 배우는 과정에서 학생들은 예의를 지키고 존중하는 태도를 기르며 이는 사회적인 관계에도 중요한 덕목이 됩니다. 특히 짝을 지어 훈련하고 시합하기 때문에 학생들이 서로 협력하고 소통하는 방법을 배우게 됩니다. 이를 통해 팀워크와 사회성 발달을 기를 수 있습니다. 이런 신체 운동은 스트레스 해소를 하는 데 효과적입니다."
사실 유도는 스포츠이면서도 정신건강에도 좋은 운동이다. 이름부터가 한자로 부드러울유(柔), 길도(道)이고, 영어로 풀면 'Gentle Way'다. 그만큼 부드럽고 유연한 운동이다.
유도를 상징하는 핵심적인 글귀인 '예로 시작해서 예로 끝난다(禮始禮終)'와 '부드러움이 능히 거침을 이긴다(柔能制剛)'만 봐도 운동의 방향성을 알 수 있다.
유도는 맨손과 맨발만 이용해서 상대를 넘어뜨리거나 던지는 메치기 기술을 이용해서, 혹은 상대의 상반신을 눌러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기술인 누르기, 목을 졸라 고통을 주는 기술인 조르기, 그리고 관절을 꺾어 고통을 주는 기술인 꺾기와 같은 굳히기 기술을 이용해서 상대방을 제압하는 스포츠다.

명석고 유도부는 현재 3학년 1명, 2학년 7명, 1학년 10명 등 18명의 선수로 구성돼 있다. 올해 대전대표 선수로 발탁된 2학년 듀오인 김건호(-55kg·주기술 업어치기), 김두영(-81kg·주기술 업어치기) 선수와 1학년 김영재 선수(+100kg 대전 대표·주기술 허리후리기)의 활약으로 양평 몽양컵 3위(2023년), 춘계 유도연맹 3위, 양구 평화컵 2위, 추계 유도 연맹 1위,3위(이상 2024년) 등 전성기를 맞고 있다.
올해 105회 전국체육대회에서도 9체급 중 6체급에서 대전대표로 출전할 정도로 막강한 실력을 자랑했다.
명석고 유도부가 체계적인 훈련시스템을 갖춘 강팀으로 진화하는데는 용인대를 나와 코레일 실업팀 소속으로 작년까지 현역으로 활동했던 정승현 코치가 합류가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신현수 체육부장) 유도는 끊임없이 발전하는 스포츠여서 최신 기술과 트렌드에 대한 이해가 중요한데 현역 선수로 활동했던 코치의 합류는 이러한 최신 정보를 빠르게 전수해 명석고 유도부가 시대에 뒤처지지 않는 역할을 합니다. 현역 선수 출신의 코치 선생님은 유도에 대한 깊은 이해와 풍부한 경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전문 지식을 바탕으로 학생들에게 보다 정확하고 효과적인 기술 지도와 훈련 방법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유도의 기초부터 고급 기술까지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습니다. 특히 유능한 현역 선수 출신 코치는 학생들에게 큰 동기 부여가 될 수 있습니다. 학생들은 코치의 성공적인 커리어와 경험을 통해 목표를 설정하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자세를 배우게 됩니다. 코치의 성공 사례는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롤 모델이 될 수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명석고등학교 2학년 김건호입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몸이 왜소해서 친구를 따라 유도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올해 전국대회에서 -60kg급에서 2등을 했습니다. 제가 가장 자신 있는 기술은 양팔 업어치기입니다. 남은 1년 열심히 해서 3학년 때 전관왕 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2학년 김두영입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부모님의 추천으로 유도를 시작했습니다. 올해 대전대표로 선발돼 전국체전을 뛰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전국대회에서 메달을 땄을 때입니다. 제가 가장 자신 있는 기술은 양팔 업어치기입니다. 졸업하기 전까지 1등 해보고 졸업하고 싶습니다.”
“안녕하세요. 1학년 김영재입니다. 중학교 2학년 때 길을 걷다가 우연히 체육관을 봤는데 유도를 해보고 싶어서 시작했습니다. 올해 대전대표로 선발돼 전국체전을 뛴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 것 같습니다. 올해 전국대회에서 1등을 했습니다. 제가 가장 자신 있는 기술은 허리 후리기입니다. 앞으로 3학년까지 쭉 열심히 해서 메달을 많이 따고 싶습니다.”

명석고 운동부의 다른 한 축인 럭비부는 그야말로 ‘소수의 힘, 위대한 도전’이다. 럭비는 국내 스포츠 종목 중에서 대표적인 비인기 종목이다. 때문에 명석고등학교가 럭비부를 운영하는 것은 쉽지 않은 선택이다.
때문에 선수단은 비록 작은팀이지만 학교의 굳건한 지원 아래 뜨거운 열정을 뿜어내고 있다.
“임재희 체육부장(럭비부 담당) 명석고등학교 럭비부는 비인기 종목이라는 이유로 선수 수급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대전교육청의 꾸준한 지원 덕분에 팀을 유지하고 발전시킬 수 있었습니다. 또한, 학교 차원에서도 많은 관심과 지원을 받고 있어 정말 감사한 마음입니다."
명석고 럭비부는 선수 수급을 위해 중학교 홍보활동과 방과후 프로그램에도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교사와 선수들이 인근 중학교를 방문해 럭비에 대해 소개하고, 학생들과 함께 간단한 럭비 체험 활동을 하면서 럭비의 매력을 적극 알리고 있다.

"(럭비부 임창녕 코치) 중학교 방과후 프로그램에서 럭비 수업을 확대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입니다. 이를 통해 더 많은 선수들이 팀에 올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는 것이 저희의 가장 큰 숙제이고 과제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럭비가 단순한 스포츠를 넘어 학생 선수들의 인성, 생활 태도 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 가장 큰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럭비를 통해 배울 수 있는 리더쉽, 협동, 책임감, 인내 등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비인기 종목의 눈물은 졸업한 뒤에도 끈끈한 팀워크로 이어지고 있다. 졸업생들의 교육 봉사다. 열악한 팀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주말마다 학교를 찾아와 후배들을 지도하며 훈련 중간에 조언을 주고받고, 함께 럭비 기술을 연습하는 사이 명석고 럭비부의 사기와 실력은 업그레이드된다. 여기에 졸업생 부모들이 경기장을 찾아 응원하고, 간식과 음료를 지원하면서 명석고 럭비부의 지속적인 성장을 돕고 있다.

“안녕하세요. 럭비부 7번을 맡고 있는 김주연이라고 합니다. 제 포지션은 7번 플랭커(Flanker·FL)입니다. 저의 장점은 누가 오든 잡을 수 있는 태클입니다. (올해 전국체육대회 동메달 소감은) 아직도 그때를 생각하면 실감이 잘 안 나지만 생각할수록 계속 행복합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전국체전 4강전에서 딱 종료 휘슬이 울렸을 때 같습니다. 내년에는 모든 대회에서 메달을 따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주장 프로 1번을 맡고 있는 김도담입니다. 이번에 전국체육대회에서 동메달을 땄습니다. 팀원들끼리 포기하지 않고 하나가 되려는 마음으로 뭉쳐서 좋은 성적을 낼수 있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이번 전국체전에서 메달을 땄을 때입니다. 저는 축구로 치면 패널티킥이나 프리킥 같은 세트피스인 ‘스크럼’에서 가장 힘세고, 강력한 앞에 포지션을 맡고 있습니다. 그게 저의 장점입니다. 지금 고등학교 3학년으로서 대학교 진학을 앞두고 있는데 먼저 좋은 대학교에 가서 나머지 팀원들이 잘 따라올 수 있게 길을 터주고 싶습니다."
"저는 럭비부 2학년 유지호입니다. 저는 중학교 3학년 때 고등학교 진로를 결정하기 위해서 운동을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딱 동메달 따자마자 진짜 누구보다 기뻤고 그 감정을 말로 표현할 수 없이 진짜 엄청나게 기뻤습니다. 저는 스탠드오프(Stand off·SO)라는 포지션을 보고 있고, 경기장에서는 저희 팀이 잘 뛸 수 있게 공을 패스를 하는 역할을 합니다. (럭비를 하며 배운 점은) 일단 운동적으로는 항상 배운다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제 럭비 인생이 끝날 때까지는 계속 하고 싶습니다.”
"안녕하세요. 럭비부 1학년에 재학 중인 황정민이라고 합니다. 올해 제105회 전국체육대회에서 동메달을 따면서 값진 성과물을 얻었기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것 같습니다. 제가 팀 내에서 그래도 좀 빠른 편에 속해 있기 때문에 제가 14번 윙을 보고 있습니다. 럭비는 기능종목이 아니라 단체종목이기 때문에 단합과 팀워크를 많이 배웠던 것 같습니다. 혼자 하는 운동이 아니라 단체로 하는 운동이기 때문에 선수들이 하나 하나 손발을 맞춰가면서 할 수 있는 단합 팀워크가 가장 중요합니다. 더 좋은 성적들을 많이 내서 좋은 대학교에 가는 게 저의 목표입니다."
유도부와 럭비부에서 뚜렷한 학생 성장을 이뤄내는 명석고의 도전은 오늘도 계속된다. 대전 학교운동부 육성시스템의 미래가 명석고에서 비상하고 있다.
▷"이 기사는 대전광역시교육청의 지원을 받아 작성된 기사입니다."